안녕하세요 Denis 입니다.
현재 독일에서 지내고 있긴 하지만, 요즘 금요일 토요일이 더더욱 기다려지는 이유 중 하나는 JTBC에서 하는 부부의 세계가 방영되는 날이기 때문이기도 하죠. 부부의 세계는 영국 BBC 방영드라마 닥터포스터를 리메이크 하여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닥터포스트에서 시즌 1,2로 나뉘어져있으며 각 시즌 별로 총 10개의 에피소드를 담고 있습니다. 시즌 3이 나올 것이라는 해외 반응이나 예측도 많지만, 아직 뚜렷하게 결정된 바는 없다고 하네요.
곧 가정의 달 5월이 다가오고 있는데, 이 시기에 겹쳐 반영되는 부부의 세계라는 작품을 보고 있자니 감정이 참 복잡미묘합니다. ㅎㅎ
금일 반영된 부부의세계 9화 마지막 엔딩 크레딧 및 10화 예고편에서 이태오의 조력자는 이태오의 심리에 대해 아직 지선우 (김희애)를 사랑하는 것이라고 단언하죠. 그 장면을 보면서 같이 보고 있던 친구에게 "애증이구나"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태오 (박해준) 는 지선우라는 여자를 사랑했으며 어쩌면 비슷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그녀가 의사가 되어 성공하기 까지 그는 이룬게 없는 부분에 대해 일말의 자격지심을 가진 듯 합니다. 6화 이전까지 보시다시피 알겠지만, 이태오의 모든 경제적 뒷받침은 지선우가 했음을 짐작할 수 있었죠.
그런 그가 왜 바람을 피기 시작했는지, 많은 시청자 중 한명으로서 짐작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긴 합니다. 지선우가 직접 여다경 (한소희) 의 부모님 집에 찾아서 모든 것을 다 밝히고 집을 떠날 때 이태오는 "너가 이러지 않았으면 다경이도 투자금도 다 유치할 수 있었어."라고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모습과 동시에 자신의 바람을 합리화하는 듯한 말을 남겼죠.
극중 초반에 보시다시피 아시겠지만, 여다경은 이태오에게 이혼할 것을 요구하고 이태오는 계속 망설이는 모습을 보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이혼을 - 그것도 타의적으로 - 결심하게 된 것은 지선우가 판도라의 상자를 모두에게 열게 되면서였죠. 자신의 민낯이 드러나자, 가장 먼저 잃을 것은 지선우와 그의 아들일 것이었을거예요. 지선우의 경제력 뒤에 숨어 지냈던 그는 형제 자매도 없을 뿐더러, 이미 부모님도 돌아가신 후 였습니다. 그에게 남은 피난처라고는 여다경밖에 없었던거죠.
그래서 그는 결국 여다경을 선택하게 되며, 그가 끔찍히도 잃고 싶지 않았던 자신의 아들의 양육권까지 빼앗기게 됩니다. 이혼 후 2년이 지나 그는 제작자로 큰 성공을 거두게 되며 명성을 쌓게 됩니다. 그 후, 보란듯이 서울에서 고산으로 다시 내려가는 이해하기 힘든 결정을 하게 되죠. 그 결정의 비하인드 스토리는 나와있지 않지만, 이태오가 부성애가 강하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그리고 접근금지 2년이 지난 시점 뒤에 고산으로 다시 이동했다는 점을 미루어보아, 이태오의 결정이 아니었을까 짐작해봅니다.
그의 자축파티에 초대되지 않았던 지선우는 아들을 찾기 위해 그의 집으로 향하게 됩니다. 거기서 다시 한 번 짐작할 수 있었던 것은 이태오의 부성애를 제외하고도 지선우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음을 확신 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여다경의 화장대와 옷장을 보면서 말이죠. 여다경 옷장에 걸려있던 속옷들과 화장품들, 그리고 가족사진까지 모두 지선우의 흔적과 같았습니다.
이태오는 알 수 없는 행동들을 시작합니다. 두 번째 핸드폰을 만들어 지선우의 미행 흔적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사주하여 지선우를 고산에서 떠나게 만들려고 위협을 가하기 시작하죠. 여기서 우리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모순적인 그의 행동들 때문이죠. 고산을 떠나게 만들려고 협박을 하지만, 그 협박의 수준이 신체적 해로 번졌을 땐 그 사주한 극중 역할을 찾아가 절대 신체적인 해를 입히지 말라고 당부합니다.
이태오가 만약 아내와의 기억을 잊고, 아내에 대한 미련 조차 남아있지 않은 상태였다면 과연 성공한 제작자가 되어 부성애를 이유로 고산으로 내려올 이유가 있었을까요 ? 또한 누군가를 사주하여 위협을 가할 이유가 있을까요 ? 그는 이러한 행동들에 대해 자신의 아들 "준영이" 때문에 그리고 지선우가 "고산"을 떠나게 만들려 한다는 표면적인 이유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시작합니다.
전 아내였던 지선우를 조금이라도 사랑하지 않았다면 그는 이러한 모든 선택들을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즉, 자신의 불륜의 대하여 표면적인 이유로 정당화하지만, 그는 동시에 아내를 뜨겁게 사랑했던 시절이 있었으며 그에 대한 미련이 남아 / 혹은 지선우를 사랑하여 자신의 마음을 부정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갈팡질팡하는 마음 속에 행동들은 점점 모순화되가며, 이런 상황들 속에 본인의 감정에 대해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점점 애증으로 변해가는 것입니다. 이에 불을 붙이는 건 지선우의 곁을 지키는 박인규 (이학주)의 존재가 되겠죠.
이혼을 하기 까지 모든 것을 잃게 된 이태오는 어쩌면 정말 투자금을 위해 여다경을 이용하려 했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여전히 지선우를 사랑하면서 말이죠. 모든 행태가 밝혀졌을 때, 이태오가 말했던 것 처럼 지선우가 알지 못했다면, 투자금도 유치하고 여다경이란 존재도 정리하고 다시 행복한 가정을 지키려 했던 것이 그의 계획이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설득력이 실어집니다. 이태오 자체는 지선우를 사랑하면서도 자격지심으로 뭉친 양가감정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었을테니까요.
애증이라는 양가감정은 서로 상반된 감정으로 불쾌한 감정은 우리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억압되어 있다가 예상치 못한 상황이나 감정적으로 흥분 상태에 이르면 해당 불쾌한 감정이 우리의 의식 표면에 나타나는 현상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의욕적으로 일이나 사업에 몰두할 때 자신감 넘치고 활기찬 사람이 그것이 실패로 끝나는 순간 자신의 존재 가치를 하락시키며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며 자살을 시도해버리는 것도 예시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실패라는 상황이 일종의 흥분상태로 변화되어 죽음이라는 불쾌한 상태를 선택하게 한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이처럼 다양하고 복잡한 존재입니다. 복잡하고 얽힌 , 상반된 감정들이 공존할 때 우린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나 선택들을 서슴없이 하게 되는 것 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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